IT 제품 리뷰

[리뷰] EZ2ON REBOOT R: 20년 전통 돼지국밥

김대충_ 2024. 9. 20.

0. 들어가며

저번 디제이맥스 리뷰글과 이어서 보면 좋을것임.. 사실 나는 디제이맥스보다 이지투온을 먼저 샀는데, 순전히 얘가 할인을 더 빨리 했기 때문이었음. 둘 다 잘 만든 게임이고 충분히 구매할만한 가치가 있는데 세부적인 게임성은 정반대인 것이 매우 재미있는 부분임..


1. 가격

정가는 44,800원인데 얘도 디제이맥스와 마찬가지로 할인을 꽤 자주 함. 찜해놓고 기다리면 기회가 올 것이다.. 이 게임은 디제이맥스보다 DLC 구매의 필요성이 더더욱 큰데, 본편에 포함된 곡들이 졸라 구리기 때문이다.. 뒤에 다시 적을건데 본편에 포함된 곡들은 거의 뭐 10년 20년 된 곡들이 대부분임..

 

DLC까지 포함해서 전부 구매하면 10만원 단위의 졸라 비싼 게임이 되는데, 나는 이걸 지를 당시에 리겜에 엄청난 재미를 느끼고 있던 터라 그냥 샀음. 디맥과는 다르게 DLC를 번들로 팔지 않는데 이것은 좀 아쉬운 부분임.


2. 음악

나는 이지투온을 아주 좋아하지만 리듬게임 뉴비에게는 절대 추천할 수 없을 것 같음. 왜냐하면 뉴비들은 본편부터 찍먹을 해볼텐데, 본편에 수록된 음악이 졸라게졸라게 구리기 때문임. 나는 본편을 먼저 사고 DLC를 2달 정도 뒤에 구매했는데.. 본편만 하던 시기에는 음악들이 하나 같이 너무 구려서 그걸 견디면서 플레이해야 했음.

 

이딴게.. 저렙곡?

왜 이런 현상이 벌어졌냐면, 이지투 시리즈가 졸라 오래된 프랜차이즈고, 본편에 그 오래된 프랜차이즈의 곡들을 싹 다 쑤셔박았기 때문임. 2000년대에 나왔던 곡을 지금 들으면 졸라 촌스러운데 이 게임은 본편 수록곡 중 대부분이 나이를 엄청 먹은 곡들임.. 지금 들으면 촌스럽기 짝이 없고, 오죽하면 이 게임을 온라인 탑골공원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음..

 

그리고 오래되었다는 사실만 문제가 아닌게.. 그 당시 기준으로 생각해도 노래들이 다 구림. 주변 환경이 개시끄러운 오락실에서 플레이하는 걸 상정하고 만든 곡들이라 그런 거 아닐까 싶음. 같은 틀딱 노래여도 디제이맥스는 곡 퀄리티나 대중성에 신경을 많이 써서 그냥 추억여행 느낌인데, 이지투온은 듣고 있으면 귀가 썩는 곡이 너무 많아서 플레이하기가 괴롭고 그렇다.

 

다행히 본편 수록곡 중 시리즈 후반에 수록된 작품이나, 아니면 최근 DLC에 수록된 노래들은 다들 준수한 퀄리티를 자랑함. 디제이맥스에 전혀 밀리지 않는 퀄리티이고.. 개인적으로는 리듬 게임 용으로 보컬이 있는 곡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오히려 이지투온의 최신곡 쪽을 좀 더 선호하는 편임.

 

디제이맥스의 경우 틀딱픽들은 아예 레거시 번들이라고 해서 본편과는 별개의 DLC로 따로 묶어두었음. 이지투온도 본편을 신곡으로 채우고 구곡을 따로 묶어서 DLC를 냈더라면 참 좋았겠다 싶음. 그 편이 훨씬 뉴비 친화적인 선택이었을건데.. 매우 아쉬운 부분임..


3. 게임성

음악이 이렇게나 구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지투온을 매우 좋아하는데, 게임성이 아주 훌륭하기 때문임. 귀가 썩어가면서도 자꾸 켜서 플레이하게 되는 매력이 아주 확실하게 존재함.. 하나씩 적어보도록 하겠음..

 

일단 이 게임 같은 경우 판정이 졸라 빡빡함. 디제이맥스의 판정 기준이 ±40ms인 반면 이지투온의 스탠다드 모드 판정 기준은 ±22ms 밖에 되지 않음. 이건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요소인데 나의 경우 매우 좋아하는 특징임. 이지투온은 내가 생각하기에 틀렸다 싶으면 반드시 판정이 뻑이 남. 반면 디맥을 하고 있으면 판정이 너무 널널해서 '이게 정확하게 친 거라고?'하며 의구심이 드는 순간이 종종 있음. 이런 취향은 내가 음악을 하는 인간이라 생긴 것 같은데.. 이지투온에서 요구하는 정확도는 실제 악기 연주자에게 요구되는 정확도를 구현하려고 애쓴 느낌이 나서 좋음.

 

이런 빡빡한 판정에 더해 노트를 쳤을 때 타격감이 진짜 개쩔어줌. 이게 구체적으로 어떤 메카니즘에 의해 개쩌는 타격감을 구현해주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는데, 같은 곡을 치더라도 디제이맥스보다 이지투온에서 쳤을 때 내가 노트를 '친다'는 피드백이 더 확실히 옴. 빡빡한 판정과 확실한 타격감이라는 두 가지 요소가 결합되면 최고 판정으로 노트를 연주했을 때의 '쾌감'이 다른 게임에 비해 훨씬 더 부스트됨. 곡을 더 잘 연주하면 그에 따른 보상이 확실히 주어지는 것임.

 

물론 나 같은 변태 완벽주의자가 아닌 사람들도 있으니..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 베이직 모드도 준비되어 있음. 베이직 모드의 판정은 디제이맥스와 동일하게 ±40ms임. 판정이 나가는 데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게이머라면 이 모드를 플레이할 수도 있다. 수록곡은 스탠다드 모드와 동일하고 그냥 판정만 다름..


4. 커스터마이징

게임성과 직결되는 부분도 좀 있어서 따로 적어야겠다고 생각했음. 디제이맥스 리뷰글에서 스킨이라든지 세세한 설정을 건드릴 수가 없는 것이 불만이라고 적었는데, 그렇게 썼던 이유가 이지투온과 비교가 많이 되기 때문이었음. 이 게임은 생각할 수 있는 대부분의 요소를 커스터마이즈할 수 있다. 노트와 패널의 모양, 콤보 표시가 뜨는 위치, 음악이 재생되는 타이밍, 판정을 처리하는 타이밍, 키밤의 색깔 등등 게임 내의 요소들을 입맛대로 막 갈아끼워가면서 쓸 수 있음.

 

특히 연주 타이밍과 관련된 부분은 1ms 단위로 변경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다소 후진 키보드를 쓰는 사람이라도 최대한 정확한 판정이 나오도록 설정을 맞출 수가 있음. 처음에 이 작업 하는게 꽤 번거롭고 귀찮은 과정이긴 한데, 일단 한 번 맞춰놓고 나면 위에서 말했듯 즐거운 플레이 경험을 선사해주므로 날을 잡아서 세팅을 해보는 것을 추천함.. 세팅 방법은 아래 영상을 참고하시라..

 


5. 디자인

노트 스킨 중 서클 노트가 불세출의 명작으로 유명함. 흰색과 파란색 원이 섞여있는 모양의 노트인데 읽기 쉽고 예뻐서 이지투 시리즈의 마스코트 같은 존재라고 볼 수 있음. 이 스킨은 디제이맥스 같은 다른 리듬 게임의 콜라보 DLC에도 빠지지 않고 수록될 정도로 중요하게 취급되고 있다..

 

서클 노트는 아무리 봐도 띵작이다..

 

수록곡들은 늙은 게 많지만 디자인은 세련되게 잘 뽑았음. 모드 선택, 곡 선택, 플레이 화면, 결과 표시, 옵션 변경 창 모두 별로 흠잡을 게 없고 미끈하게 잘 빠졌음. 디제이맥스도 디자인 잘 뽑았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이지투온의 UX가 좀 더 직관적이고 취향에 잘 맞는 것 같음.

EZ2ON REBOOT : R의 디자인.

DLC를 구매하면 그에 맞는 스킨 팩을 같이 줌. 노트와 패널 스킨도 주지만 게임을 처음 들어갔을 때 디자인도 변하는 게 특징임. 오투잼이나 디제이맥스 같은 다른 리듬게임과 콜라보한 DLC도 있는데 이런 스킨으로 갈아끼우면 해당 게임의 인터페이스와 유사하게 바뀌어서 아주 재미있음..

DLC를 사면 타이틀 화면도 바뀐다.


6. 모드

디제이맥스와 동일하게 4, 5, 6, 8키가 있으며 다행히도 사이드 노트 같은 불쾌한 시스템은 없음.. 여기다가 적을 말은 디제이맥스와 대동소이한데, 특이사항이 있다면 8키의 경우 컬러 조합을 다양하게 지원한다는 것. 6키에서 추가되는 2개의 버튼 색상을 무엇으로 할 것인지, 배치는 어디에 할 것인지 설정할 수 있음.

8키의 키 배열은 원하는 대로 변경할 수 있음.


7. 마치며

디제이맥스와 비교했을 때 음악의 퀄리티를 제외한 모든 부분이 더 마음에 드는 게임이다. 근데 리듬게임이 음악이 후지다는 게 졸라 치명적인 문제점이라서 그게 문제지.. 진정한 재미를 느끼려면 DLC도 사야 하고 세팅도 잘 해야 하고 아무튼 넘어야 할 벽이 많은 게임이지만 게임 파일을 구동하는 구동기로서의 역할만 생각한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잘 만들었다. 뉴비보다는 고인물들에게 추천하고 싶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