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GK705를 쓰다보니 레오폴드의 키감이 그리워져서 비싼 키보드를 들이기로 했다. 키보드를 구매할 때 모델 고민을 거의 하지 않았는데, 리듬게임 커뮤니티를 보면서 덱 키보드를 추천하는 글을 여러 번 봤기 때문이었다. 다른 키보드는 쳐다보지도 않고 곧바로 구매해버림..
사실 거북선은 출시된지 꽤 된 제품인데 그 전에는 구매할 생각이 없었다. 왜냐하면 거북선의 키캡 디자인이 너무 장식적이기 때문이었다. 스페이스 바에 한산도가 그려져 있다거나 한자가 쓰여져 있다거나 하는 디테일을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냥 심플하고 미니멀한 디자인이 좋다..
덱의 최신 모델인 헤슘 거북선 캐리어는 그런 내 취향에 잘 들어맞는 제품이다. 단정한 색깔에 별다른 장식 없이 빨간색 포인트 키캡만 동봉되어 있다. 나는 포인트 키캡조차도 질리는 맛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안 쓰지만 말이다..
받아서 써보니 과연 성능이 듣던대로 어마어마하다. 무한 동시입력이라든지 1000Hz 폴링레이트 같은 기본기는 당연히 충실히 갖춰져 있고, 무엇보다 반응속도가 정말 압도적으로 빠르다. 내가 하는 리듬게임 중 노트나 음악의 출력 타이밍을 세세하게 조절하는 기능이 없는 게임이 있는데, 그 게임 할 때는 정말 키보드의 쌩짜 성능만 가지고 점수가 결정된다. GK705는 반응속도가 늦어서 실제 타이밍보다 키보드를 약간 빨리 쳐야 했는데, 얘는 그런 느낌이 전혀 없이 정타이밍에 연주할 수 있다.
리듬게임 플레이는 악기 연주와 비슷한 면이 있어서 음악의 박자에 딱딱 맞춰 키보드를 두드릴 수 있느냐 없느냐가 게임의 재미를 크게 좌우한다. 이 키보드 사고 나서 그 게임이 2배 더 재미있어졌다..
그리고 예상 못한 장점이 한 가지 더 있는데, 키감이 정말 좋다. 지난 레오폴드 리뷰 글에서 오로지 키감 때문에 레오폴드를 팔 생각이 없다고 적었었는데, 덱도 레오폴드에 뒤지지 않는 키감을 보여준다. 흡음재가 기본으로 들어가있고, 공홈에서 구매시 추가금을 내면 윤활 작업까지 해서 보내준다고 한다. 나는 공홈에서 구매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흡음재만 들어가 있는 제품을 받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축 기준으로 아주 쫀득하고 만족스러운 키감이 나온다.
키캡의 높이도 레오폴드와 비슷하게 꽤 낮은 편이다. 가볍고 날렵하고 민첩한 타이핑을 즐길 수 있다. 나는 이게 문서 작업에도 적합할 줄은 몰랐는데 이 정도면 일할 때 써도 전혀 문제 없을 것 같은 느낌이다. 만약 레오폴드를 좋아하는데 덜떨어진 기판 성능이 마음에 걸린다면 덱 키보드를 강력 추천하고 싶다..
원래 덱 키보드 중 무선 라인업이 없었다고 하는데 캐리어 모델이 유일하게 무선 기능이 달려나온 모델이라고 한다. 맥과 iOS 등에서도 쓸 수 있게 맥용 각인이 함께 되어 있다. 컴퓨터에 블루투스 리시버가 없어서 테스트는 해보지 못했는데, 연결방식이 블루투스이므로 유선만큼의 반응속도는 절대 내주지 못할 것이다..
넘패드 위에 매크로 키가 4개 달려 있는데, 이건 사람에 따라 꽤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예전에 매크로 키가 달려있는 로지텍 키보드를 썼었는데, 영상 컷 편집 단축키 등을 등록해놓으니 꽤 유용하게 쓸 수 있었다. 제품 설명에는 ID와 PW를 입력해놓고 쓰라고 적혀있는데 요즘은 대부분 크롬의 비밀번호 자동 저장 기능을 이용할테니 그게 큰 의미가 있을까 싶기는 하다..
LED는 넘패드 위에 달린 청색 LED가 전부다. 키패드에 LED가 달려있지 않은 대신 넘패드 위에 달린 LED가 상당히 밝다. 직격으로 보면 눈이 아플 정도이므로 주의하자..
공홈에 매뉴얼이 꽤 찾기 어려운 위치에 탑재되어 있다. 이 링크로 가면 받을 수 있다.
수입처인 이온크루의 A/S 정책을 보니 고장 났을 때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아주 바람직한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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