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 처음으로 연습용이 아닌 앰프를 질러보았다.. 첫만남은 지난달에 술집에서 공연을 했는데 거기 있던 앰프였음. 크기가 작아서 이딴걸로 공연이 되겠나 싶었는데 졸라 의외로 아주 잘 되었음.. 가볍고 작고 저렴한 주제에 40평대 공연장을 소화할 수 있는 앰프라니 구미가 당겨서 지르게 됨.
Orange Crush 35RT는 영국의 앰프 제조사 Orange에서 출시한 TR 앰프다. 35와트 출력에 10인치 스피커를 탑재했고 다양한 부가기능을 내장하고 있음. 연습용 앰프라기에는 크고 공연용 앰프라기에는 작은 사이즈를 갖고 있는데, 위에서 말했듯 40평 정도의 공연장까지는 소화할 수 있다.
이 앰프를 사기로 마음 먹은 결정적인 이유가 사이즈에 비해 볼륨이 졸라 크다는 것임. 트랜지스터 앰프들은 진공관 앰프보다 볼륨이 작은 경향이 있어서 드럼이랑 소리를 섞으면 드럼을 뚫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얘는 노브를 절반만 올려도 드럼을 씹어먹는 볼륨이 나온다. 제조사의 설명에 따르면 클린 채널의 고볼륨에서는 브레이크업이 걸리게 된다는데.. 테스트해보고 싶었지만 저기까지 꺾으면 진짜 귀청이 터질까봐 시도해보지 못했음..
이 영상의 7분 40초를 보면 드럼이랑 합주하는 거를 카메라 오디오로 찍어놓은 데모가 있음.. 유튜버 양반의 말로는 그 전의 볼륨도 이미 충분했는데 걍 궁금해서 한번 풀 볼륨으로 꺾어봤다고 함. 존나 시끄러워서 힘들었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데.. 아무튼 사이즈 대비 존나 시끄러운 앰프라는 것을 알 수 있음.. 내가 10인치 앰프는 이게 처음이라 잘 모르겠지만 이 정도면 가격 + 무게 대비해서 볼륨량은 상당히 큰 앰프가 아닐까 싶음..
앰프 상단의 조작부를 보면 10인치따리답지 않게 부가기능이 졸라 들어가 있는 것을 볼 수 있음. 인풋 잭, 클린 채널 볼륨, 더티 채널 게인, 3밴드 EQ, 더티 채널 볼륨, 채널 셀렉터, Aux In, 헤드폰 아웃, 튜너, 디지털 스프링 리버브까지 막 뭐가 졸라 많음. 일일히 설명할 건 없고 걍 특이한 것만 좀 적어보면 될 것 같음.
클린 채널은 게인이 따로 없고 볼륨으로만 컨트롤함. 위에서 적었듯이 볼륨을 이빠이 꺾으면 알아서 드라이브가 걸린다고 하는데.. 클린 채널에서 더티 클린을 얻으려면 귀청이 터져야 한다는 말과 같음.. 다행히 더티 채널에서도 브레이크업 사운드는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현실적인 볼륨량을 원한다면 그쪽이 나을 것임..
더티 채널의 게인과 볼륨은 연동이 상당히 많이 되어 있음. 게인을 적게 주면 볼륨도 작게 나온다는 것임. 공연 중에 게인이 적은 것 같다고 한 손으로 게인 노브를 휙 꺾으면 볼륨도 따라서 커지는 구조이므로.. 게인을 바꿀 때 볼륨이 변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 두 노브를 동시에 조작해야 함.
채널 셀렉터는 2웨이 스위치 방식인데 졸라 얇은 것이 좀 불안불안하게 생겼음. 험하게 막 다루면 안 될 것 같고 그래서 풋스위치 하나 주문함.
Aux In은 백킹 트랙 틀라고 만들어놓은 잭인데.. 써 본 적이 없어서 볼륨을 어케 조절하는지 모르겠음. Aux만 따로 조절하는 노브가 없으므로 아마 폰이나 노트북 등에서 적당히 조절하게 될 것 같음. 과거에 썼던 똘똘이 앰프들의 사례를 생각해보자면 기타 앰프의 볼륨 노브와 어느 정도 연동이 된 경우가 많았는데.. 이거는 나중에 알게 되면 수정해보겠음..
헤드폰 아웃에는 무려 캐비넷 시뮬이 적용되었다! 라고 홈페이지에서는 광고하는데 실제로 들어보면 그게 사실인지 의심이 갈 정도로 날카롭고 정리되지 않은 소리가 남. EQ 등으로 후보정을 해주지 않으면 쓰기가 쉽지 않을 것임. 원본과 후보정을 거친 헤드폰 아웃 사운드는 아래 영상을 통해 볼 수 있음..
매뉴얼에는 PA에 연결해서 큰 볼륨으로 출력하고 싶을 때 써도 좋습니다 뭐 이딴 식으로 적혀있는데, 나라면 그런 식으로 안 쓰고 그냥 FX Loop의 Send로 시그널 빼서 캡시뮬을 따로 쓸 것 같음. 애초에 헤드폰 아웃에 플러그를 끼우면 앰프 자체 볼륨이 뮤트되어서 모니터 용으로도 못 쓰는데 굳이 그렇게 운용할 필요가 있나 싶고 뭐 그러함..
튜너 반응성 매우 빠르고 정확함. 나는 페달 튜너에다가 돈 쓰는 걸 되게 아까워하는데, 연습이나 합주, 공연할 때 클립 튜너 따로 안 챙겨도 된다는 건 꽤 괜찮은 장점인 것 같음. 내가 지금 하는 밴드에서는 공간계를 아예 안 쓰는데, 이러면 기타와 앰프와 풋스위치만 들고 가도 합주가 가능할듯?
리버브는 스프링 리버브가 탑재되어 있음. 당연히 실물은 아니고 디지털 모델링 방식인데, 기왕 그렇게 할거면 활용도가 좀 더 높도록 홀 리버브를 탑재해줬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함.. 그치만 또 한편으로는 오렌지 앰프가 빈티지 성향이다보니까 그냥 이대로도 좋은 것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 이 사이즈 이 가격에 리버브를 달아줬는데 그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부분이라 딱히 투덜대고 싶지는 않다..
사실 나는 조작부가 앰프 상단부 말고 전면에 있는 것을 선호하긴 하는데 (ex- 펜더 앰프들) 그랬으면 위아래로 길이가 좀 더 길어져야 하므로 덜 컴팩트해졌을 것 같긴 함. 전면에 있는 게 왜 좋냐면 콤보앰프 스탠드 같은 걸 쓸 때 조작이 좀 더 편하기 때문임.. 이건 뭐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펜더 앰프로 바꾸면 되는 부분이긴 함..
등짝! 등짝을 보자! FX Loop은 버퍼 바이패스임. 풋스위치 잭에 1구 풋스위치를 연결하면 클린/더티 채널을 전환할 수 있음. 이외에는 전원 케이블 잭과 전압 선택 스위치, 파워 스위치가 있는 것을 볼 수 있음..
사운드 데모임.. 드라이브톤이 생각보다 튜브틱한 것을 들을 수 있음. 소리가 구렸어도 볼륨만 크면 공연용으로 구매했을 거 같은데 아주 행복한 부분임.. 두 번째 영상의 3분 40초 경을 보면 클린업도 아주 나이스하게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마샬 강점기인 우리나라에서는 오렌지 앰프가 인지도가 별로 없는데 나는 오렌지 앰프의 소리를 꽤 좋아함. 뭔가 텅 빈 거 같으면서 지글지글거리는 게인톤이 중독성이 있음. 패널에 그려진 아이콘 같은 것도 졸라 미국적이고 쌈마이해서 좋음. 이게 영국 회사에서 만드는 제품이라는 게 안 믿겨질 정도임.. 옛날에 어디서 본 인터뷰에서는 오아시스 1집 라이브 때도 이 앰프를 졸라 많이 썼다고 함. 게인 빡 넣고 씨가렛 앤 알콜 같은 거 후려주면 기분이 아주 좋다 이 말이야..
사실 한국 가정집에서 구매하기에는 졸라 크고 오버스펙인 앰프인데 왜 구매했냐 하면 그냥 갖고 싶었기 때문임.. 집에서 쓰려면 볼륨을 쫌생이마냥 한 칸 두 칸에 놓고 써야 하는데.. 뭐 물론 그렇게 해도 소리가 졸라 구리냐 하면 그건 아니지만 이 앰프의 진가와는 많이 동떨어진 것이라 볼 수 있겠음.. 진지한 활용처는 기타 앰프가 없는 공연장에 들고 가서 쓰는 것이지만 그럴 일이 얼마나 있겠나 싶고.. 무게를 생각하면 앰프 시뮬이 훨씬 나은 선택이라는 것을 나도 알고 있다.
그치만 기타리스트가 장비 사는 게 언제부터 실용성 따지면서 사는 것이었나.. 걍 갖고 싶으면 지르는 것이고 쓰다가 질리면 팔아제끼는 것이다.. 디자인도 예쁘고 소리도 나쁘지 않은데 신품이 35만원, 중고가 25만원 밖에 안 한다? 지르지 않을 수가 없음.. 최대한 열심히 쓰다가 쌈@뽕하게 팔아버릴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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