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청 히트를 쳤대서 봤는데 대단히 재미있지는 않았음. 솔직히 보면서 '이게 그 정도로 빨릴 애니인가?'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는데, 그치만 어쨌거나 거대한 성공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으므로 나의 미감이 틀딱 수준인 거라고 여기기로 함. 요즘 한일 양국에 히키코모리도 엄청 많다 그러고 살기도 팍팍하다 보니까 찌질하다 못해 답답한 주인공의 모습에 사람들이 감정이입을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함...
- 블루 자이언트, 원스, 비긴 어게인 등등 음악이나 밴드를 다루는 미디어를 감상할 때마다 나는 성공을 위한 고통의 크기가 너무 작게 그려지는 것에 불만을 가지게 되는데, 봇치 더 록도 마찬가지임.
여기서 말하는 고통이란 연습하다가 손이 까지고 부르트는 뭐 그런 개인적인 차원의 얘기가 아니라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발생하는 억까를 말하는 것인데, 이를테면 팀원을 구인할 때 실력도 예의도 눈치도 없는 거지 발싸개 같은 인간들만이 지원을 한다든지, 저 새끼 취향이랑 내 취향이 달라서 편곡에 난항을 겪는다든지, 악기는 잘 쳐도 사회성이 개판인 멤버가 팀 내에 존재해서 중요한 순간에 팀 전체의 운명을 수렁에 빠뜨린다든지 하는.. 내가 대비가 잘 되어있다고 막을 수 없는 사회적인 차원의 고통을 말하는 것임.
물론 봇치 더 록이 꼭 그런 갈등을 그려내야만 한다는 소리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미생 같은 드라마에서는 주변에 좃같은 인물들이 엄청 많이 등장하고 그게 극의 핵심 요소로 작용하는 데 반해, 유독 밴드를 다루는 각본에서는 그런 요소를 잘 그리지 않는 것 같음. 애니에 대한 비판은 아니고 그냥 밴드를 소재로 하는 이야기들에 대한 아쉬움을 적어보았음..
- 결속밴드가 연주하는 음악의 퀄리티는 상당한 편이라, 애니메이션 없이 단독으로 들어도 꽤 즐거울 것 같음. 고삐리들로 이루어진 밴드가 저 정도로 연주할 수 있으면 일단 나부터 투자할듯..
- 마지막 화에 봇치가 보틀넥 주법 하는 부분에서는 씨바 아무리 만화라도 저건 좀 과장이 심한 거 아닌가 싶었는데 하긴 뭐 빨간 머리 여자애가 기타 배운지 몇 달 만에 32비트 스트로크 조져대는 세계관이면 무슨 일이 못 일어나겠나 싶어서 그런 걸로 트집을 잡지는 않기로 마음 먹음.. 사람들은 그 장면을 명장면으로 꼽는 거 같던데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몰입이 깨지는 장면이었다..
- 이 애니를 보고서 봇치와 스스로의 모습을 겹쳐보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와 스스로를 동일시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만큼이나 슬픈 일이라고 생각함..
'영상물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리뷰] 최애의 아이 (0) | 2024.11.29 |
---|---|
[리뷰] 날씨의 아이: ★★★ (0) | 2024.09.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