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결말을 개조져놨기 때문에 사람들 사이에서 민심이 매우 흉흉한 작품이다. 나는 이 작품을 올해 여름쯤부터 보기 시작했고 지금은 완결까지 다 본 상태인데, 결말이 개박살났다는 사실에는 동의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걸러야 한다는 주장에는 조심스레 반대한다. 왜냐하면 2024년에 감상한 모든 작품을 통틀어서 순수 재미 GOAT가 최애의 아이였기 때문임. 개연성이나 짜임새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순간순간의 에피소드에서 뿜어져나오는 말초적 재미만 즐기는 방식으로 감상하면 꽤 볼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함..
2. 올해 초에 요아소비의 IDOL이 유튜브 뮤직 차트 상위에 계속 있는 걸 보고 이런 오타쿠 감성 J-Pop이 어떻게 이렇게 인기가 있는건지 의아해했던 기억이 나는데, 그 때는 이 노래가 최애의 아이 OST인 줄 몰랐지.. 체인소맨 OST Kick Back의 사례를 봐도 그렇고 이 노래를 봐도 그렇고 확실히 2024년은 일본 문화가 유행하는 해가 맞는 것 같다. 나도 애니를 다 보고 나니까 IDOL을 즐겁게 들을 수 있게 되었음.
3. 제목이나 비주얼처럼 얼른 눈에 띄는 요소들만 놓고 봤을때는 마치 2010년대에 모에 팔아먹던 오타쿠용 애니메이션의 냄새가 나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그런 쪽은 전혀 아님. 작중에서 발생하는 사건의 종류나 그런 사건들을 해결하는 방식을 보면 오히려 작가가 꽤나 굴러먹은 사회인이라는 걸 알 수 있음.. 쇼 비즈니스 전반에 대한 작가의 이해도가 아주 탁월한데, 무대에 서는 것을 진지하게 해 본 사람이라면 작중 인물의 대사에 공감이 많이 될 것이다..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엔터테이너의 인생이 창작물치고는 꽤 리얼하고 흥미롭게 묘사되어 있음.
4. 물론 그렇다고 극사실주의적인 묘사를 추구하냐 하면 또 그런건 아니라서 적당히 낭만으로 눙치고 넘어가는 부분도 많이 있음.. 예를 들어서 아이돌 산업의 이모저모를 보여주는 작품이면서도 연습하는 장면의 비중은 꽤 낮은 것.. 백날천날 연습하는 장면만 보여주면 작품의 텐션이 떨어지니까 즐겁거나 자극적이거나 뜨거운 순간들 위주로 각본이 전개됨.. 그치만 이 정도도 대단하다고 나는 생각함.. 최소한 수박 겉핥기 식의 전개를 보여주었던 비긴 어게인 따위의 영화에 비해서는 이쪽이 훨씬 낫다...
5. 반면 애니메이션 기준 1기 6화에서는 악플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나오는데.. 이 부분은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싶을 정도로 극사실주의적으로 묘사를 해놓음.. 보고만 있어도 멘탈이 나갈 것 같은 끔찍한 묘사였음.. 아마 시청자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인듯..
6. 애니메이션 기준 2기까지는 어느 정도의 재미와 리얼리티가 혼합된 이야기로 잘 끌고 가는데, 지금 사람들이 욕하는 부분은 그 이후의 후반부 전개임. 거기서부터 이제 진지하게 과몰입해서 볼 수가 없고 약간 쪽대본에 가까운 스토리 라인이 진행되는 것을 느낄 수가 있음. 능력치를 과장해서 데우스 엑스 마키나처럼 묘사되는 캐릭터도 있고, 성격 묘사가 잘못돼서 그지 같은 행동을 보여주는 캐릭터도 있음. 꽤 오랫동안 빌드업을 해서 등장한 최종 빌런은 카리스마와 지능이 심각하게 떨어짐. 결말을 조지는 것이 명작의 조건이라고들 하던데 그 말을 충실하게 따라간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7. 사실 만화책으로만 보면 그렇게까지 히트할만한 작품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애니메이션을 맛있게 잘 만들어놨기 때문에 인내심이 충분하다면 앞으로 방영될 3기를 감상하는 것을 권장하는 바임. 어쩌면 거기서는 난잡한 스토리라인을 좀 정리해서 보기 좋게 다듬어줄 수도 있을거라고 생각함. 이런 기대를 하는 것은 이미 애니 1기, 2기에서 제작진이 원작을 다듬는 시도를 한 적이 있기 때문임..
'영상물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리뷰] 봇치 더 록 1기 TVA (0) | 2024.12.01 |
---|---|
[리뷰] 날씨의 아이: ★★★ (0) | 2024.09.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