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 리뷰/이펙터

[리뷰] Artec Graphic EQ: 일은 잘 하는데 못생기고 칠칠맞은 그런 타입

김대충_ 2024. 9. 24.

공연이나 합주에 이펙터를 딱 네개만 가지고 갈 수 있다면 나는 오버드라이브, 디스토션, 부스터, 딜레이를 들고 가겠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배킹 기타 전문이니까 공연에서 저거 네 개를 동시에 켤 일이 거의 없지만 그래도 이 이펙터 조합은 코드웍과 솔로잉에 필수적이다. 이 중에 부스터는 톤이고 뭐고 그냥 다 필요없이 볼륨만 커지면 역할이 끝나는데, 그러다보니까 TC Electronic, Mooer Audio, Xotic 같은 회사들에서 미니 페달이 출시되어 있고 실제로 쓰는 사람들도 많다. 일반적인 크기의 케이스에 부스터 하나만 들어있기는 공간 낭비가 너무 쩌니까 사이즈를 줄이는 것이다.

 

나는 아텍 EQ를 부스터로 쓰려고 구입했다. 많은 사람들이 별다른 착색 없이 볼륨만 올려줄 수 있는 부스터를 원하는데 볼륨 노브가 달린 EQ 페달들은 태생적으로 그런 역할에 적합하다. 게다가 때에 따라서는 미드 부스트나 트레블 부스트를 하거나 기존의 톤을 극적으로 변화시킬 수도 있다. 나는 클린부스트를 하거나 험버커 픽업에서 저음을 깎아 싱글 픽업의 사운드를 흉내낼 때 EQ 페달을 사용한다.

 

Electric Guitar EQ Guide
For bottom Boost 100Hz
For warmth Boost 250Hz
For body Boost 500Hz
For pick or percussion Boost 1-2KHz
For "Cut" (solos, lines, etc) Boost 3-4KHz
For "Presence" Boost 5KHz
For "Buzz" (distortion, etc) Boost 7KHz
For clarity and string decay Boost 10KHz and up
To remove mudiness Cut 200Hz
To remove harshness Cut 1-3KHz

 

제품으로서 아텍 EQ의 장점은 트루바이패스이고 잡음이 없으며 노브의 변화폭이 크고 무게가 가볍다는 것이다. 스톰박스형 EQ 중 제일 유명한게 보스와 MXR의 제품인데 보스는 버퍼바이패스에 크고 무거우며 MXR은 EQ 외에 볼륨을 조절하는 페이더가 없어서 부스터로 사용하기가 불편하다. 잡다한 기능 없이 기본에 충실하기를 바라는 입장에서 아텍 EQ는 좋은 이펙터다.

 

단점도 있는데, 일단 바닥에 배터리 수납부 뚜껑이 툭 튀어나와있어서 보드에 붙일 때 조금 불편하다. 듀얼락을 깔끔하게 일자로 못 붙인다. 그나마 듀얼락은 강력하니 괜찮은데 벨크로는 좀 건드리면 툭 떨어질 것 같다. 두번째로는 허약한 노브 문제가 있다. 노브의 내구력은 개쪼끄만 페이더를 사용하는 EQ 페달 전반에서 나타나는 문제인데, 이건 좀 과장해서 말하면 새끼발가락으로도 뽑을 수 있을 것 같다. 합주실에서 출발해 집에 오면 보드 가방 속에 노브가 굴러다니고 있고 뭐 그렇다. 사실 노브 따위 없어도 사용하는데 별 지장은 없겠지만 중고가가 떨어지니.. 순간접착제 따위로 보강을 할까 싶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원에 오랫동안 연결해두면 engage 했을때 소리가 안 나는 현상이 있다. 껐을 때는 괜찮은데 켜면 볼륨이 0에 가깝게 돼서 노브를 최대로 올려도 소리가 안 난다. 근데 이거는 한 3일쯤 연결해뒀을때 생기는 현상인 것 같다. 쓸때만 연결하면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다른 페달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현상이니 어쨌든 단점은 단점.

 

아텍 제품 중에 제일 잘 나가는건 어쿠스틱 픽업, 똘똘이 및 버스킹 앰프, 파워 서플라이 이 세가지인 것 같은데 의외로 좋은 꾹꾹이도 많이 만든다. Soloist Distortion 같은 제품은 소리를 몇 년 전에 딱 한번 들어봤는데 아직도 가끔 생각이 난다. 하지만 어떤 제품이건 디테일도 부족하고 디자인이 구려서 그게 참 아쉽다. 성능만 따지면 꽤 괜찮은 제품인데, 트렌드에 너무 뒤쳐진다는 느낌이 든다. 하판에 배터리 뚜껑 같은거는 옆으로 좀 빼고, 그래픽도 예쁘게 좀 바꾸고, 페이더도 좀 튼튼하게 만들고. 디테일만 어떻게 잘 보완하면 한국의 보스 같은 느낌으로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거기서 항상 고꾸라짐.. 하긴 뭐 보스 같이 시간이 지나도 인정 받는 클래식을 만들어내는 게 쉬운 일이겠냐마는.. 아무튼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