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 리뷰/이펙터

[리뷰] DemonFX Super Rat: 중국산 이펙터의 약진

김대충_ 2024. 2. 23.

DemonFX Super Rat (35,747원)

 

 

어릴 때 페달보드를 짜려고 용돈을 미친듯이 모으던 기억이 난다. 기타리스트들의 발 밑에 있는 페달보드가 너무 멋있어보였는데, 이펙터들은 하나 같이 가격이 너무 비쌌다. 써보고는 싶은데 돈이 없으니 나는 대개 보스나 카피 페달을 사용했다. SD-1이나 DS-1, 냉짬볶음 님의 카피 페달을 구매한 것은 그것들의 소리가 너무 좋았기 때문이 아니라 순전히 가격이 쌌기 때문이었다. 개당 가격이 4~6만원 정도 됐었는데, 대학생 입장에서는 그 정도가 감당할 수 있는 최고 금액이었다.

 

시간이 흘러 바야흐로 중국산 이펙터의 시대다. 10년 전 쯤 무어나 핫톤 같은 회사가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중국산 이펙터는 소리가 먹먹하네, 톤이 깎이네 이러면서 사람들에게 불신의 눈초리를 받았는데 이제는 아니다. 장비에 관해서라면 보수의 끝판왕인 뮬에서조차 중국산 이펙터들 엄청 발전했다고 인정하는 분위기다.

 

오늘 소개할 이펙터는 데몬FX에서 발매한 슈퍼 랫(Super Rat)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프로코 랫의 짝퉁이다. 사진에 써놨다시피 가격이 3만원이다. 정확히는 알리 익스프레스에서 21달러쯤 한다. 나 어릴 때를 생각하면 정말 말도 안되는 미친 가격이다.

 

오리지널 랫은 가격이 10만원쯤 한다. 근데 이것도 최근 생산품 가격이다. 대부분의 기타리스트들은 최근 생산되는 랫은 안 쓰는데, 내부 칩이 바뀌어서 소리가 별로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원하는 랫은 LM308N칩이 박혀있는 90년대 이전 제품이고, 이것들은 기본적으로 중고 가격이 18만원부터 시작한다.

 

그러니까 이제는 6분의 1 가격으로 LM308N칩이 박혀있는 랫을 구매할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돈 없는 대학생 입장에서는 옛날보다 기타 치기 훨씬 좋아졌다고 할 수 있겠다.

 

조작부는 볼륨, 톤, 게인과 3-Way 토글 스위치로 구성되어 있다. 원본 랫과 달리 센터 마이너스 전원을 입력받기 때문에 쥐꼬리가 필요없다. 필터(Filter) 노브 대신 톤(Tone) 노브가 달려 있어 원본 랫과 조작 방법이 반대다. 원본 랫은 오른쪽으로 꺾을수록  소리가 어두워지는 반면 슈퍼랫은 오른쪽으로 꺾을수록 소리가 밝아진다.

 

 

3-Way 토글 스위치 옆에는 C, B, T라는 글자가 새겨져있다. 각각 Classic, Boost, Turbo의 준말이다. 원본 랫 모드, 부스터 모드, 터보 랫 모드를 왔다갔다 할 수 있다. Boost 모드로 전환하면 볼륨이 확 커지고 게인양이 줄어든다. 터보 랫 모드는 원본 랫 모드와 사운드적으로 큰 차이는 없다.

 

그치만 이 페달을 부스터나 터보랫 모드를 보고 구매할 사람은 별로 없을거다. Classic 모드가 원본 랫과 얼마나 흡사하냐가 관건이다. 나는 90년대에 생산된 LM308N 미제 랫을 쓰고 있는데, 그것과 큰 차이를 모르겠을 정도로 유사한 사운드가 난다. 약간의 뉘앙스 차이는 있지만 눈 감고 들으면 알지 못할 정도이고, 그 뉘앙스조차 노브를 조금 조정하면 보상이 된다.

 

오히려 원본보다 나은 점도 있는데, 센터 마이너스 입력을 받기 때문에 쥐꼬리가 필요없다. 대부분의 이펙터와 달리 혼자만 센터 플러스 입력을 받는 랫보다 부자재가 하나 덜 필요하다.

원본은 센터 플러스 입력이라 DC잭 모양도 다르고,
이딴 거지 같은 어댑터를 연결해야 한다. 흔히 쥐꼬리라고 많이 부름.

 

필터 노브가 톤 노브로 대체된 것도 장점일 수 있겠다. 처음 랫을 썼을 때 얘는 왜 톤 노브가 반대로 먹나 헷갈렸던 기억이 난다. 이펙터를 만진지 얼마 안 된 초보자나 필터 개념에 익숙하지 않은 대다수 기타리스트들에게는 이 편이 훨씬 친숙한 워딩일 것이다.

 

단점도 있다. 데모 영상에서도 볼 수 있다시피 매우 고휘도의 블루 LED를 사용했다. 요즘 많은 페달들이 저 LED를 박아서 나오는데 나는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밟는 순간 눈뽕을 맞는다. 원본은 은은한 빨간 LED인데, 이거는 이거대로 잘 안 보인다는 단점이 있다. 사람들은 적당히라는 걸 모르는 걸까?

 

디자인도 다소 쌈마이하다. 기왕 베낄 거 좀 더 예쁘게 베끼지 왜 산세리프 체와 세리프 체를 한 제품에 동시에 썼는지 좀 아쉽다. 랫은 무조건 볼드하고 스트레이트한 맛으로 디자인해야 하는데 말이다. 그치만 3만원짜리 제품에 이런걸 바라면 안되겠지..

 

종합적으로 봤을 때 꽤 잘 만든, 좋은 페달이다. 원본의 모조(Mojo)가 탐나서 미치겠는 사람이 아니라면 구매했을 때 만족하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