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문자 가이드

입문자를 위한 첫 기타 구매 시 유의사항

김대충_ 2024. 9. 6.

기타 오래 치다 보니까 기타 추천해달라는 말 많이 듣는다. 그런 부탁을 받을 때면 나름대로 쌓인 노하우를 활용해 열심히 추천해주었음. 근데 그 사람이 내가 추천해주는 걸 사는 경우는 의외로 별로 없었다. 결국 자기 마음에 드는 것을 사는 경우가 더 많았지..

악기 사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 다르다. 디자인 보는 사람, 가격 보는 사람, 판매량 보는 사람, 소리 보는 사람 등등 다양하다. 초보들은 보통 소리 잘 모르니까 저렴한 기타 중에서 예쁜 걸 사게 된다. 어떤 기타를 살지는 결국 자기 마음이고 남 얘기 많이 들어봤자 소용 없다. 갖고 싶은 기타가 있으면 그거 갖는게 맞다. 첫 기타는 특히 그렇다.

그러니까 이미 갖고 싶은 악기가 있다면 이 글의 내용을 싹 다 무시해도 무방하다. 겪어봐야 아는 것들도 분명히 있다. 내가 얘기하는 것들 기타 오래 치면 다 알게 될거다. 미리 알고 싶은 사람만 읽어보자.


1. 신품 사라.

이거는 뭐 대부분의 취미에 처음 입문할 때 다 해당되는 얘기긴 하다. 미개봉 신품을 구매하는 게 아니라면 중고 구매는 악기 보는 눈이 생긴 다음에 하는 게 좋다.

만약에 당신이 중고나라나 당근마켓에서 초보자용 기타를 검색한다고 가정해보자. 초보자용 기타를 파는 사람 역시 초보자일 가능성이 높다. 전 주인이 초보자라면 그 사람은 그 기타를 제대로 관리해왔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잘못하면 넥이 다 휘고 상판이 배불뚝이가 되어버린 기타를 가지게 될 수도 있다. 골치 아픈 상황 만드느니 마음 편하게 새 거 사는 게 낫다.

참고로 기타 가격은 거의 무조건 인터넷이 더 싸니까 시연은 오프라인에서 해보더라도 구매는 온라인으로 하자. 나는 스쿨뮤직을 애용한다. 인터넷 최저가 보상제라는 걸 하고 있어서, 거의 무조건 온라인 최저가로 악기 살 수 있다. 인터넷 최저가 보상제란 이 사이트에서 구매한 뒤에 더 싸게 파는 사이트를 찾았다면 차액을 보상해주는 제도다. 개꿀 아닌가. 강력 추천한다. (광고 아님)

스쿨뮤직에서는 최저가 보상제를 상시 실시한다.


2. 유명한 브랜드, 판매량 높은 기타를 사자.

유명한 브랜드나 판매량 높은 기타가 왜 좋냐면, 중고로 잘 팔리기 때문이다. 샀는데 마음에 안 들면 중고로 팔아치우고 다른 거 살 수 있다. 레어하거나 안 유명한 모델, 특이한 모델은 당연히 중고 시장에서 잘 안 팔린다. 전문 용어로 '귀속템'이라고 하는데, 이런 모델은 중고로 처분하려면 말도 안되는 헐값에 팔아야 한다.

유명한 브랜드의 유명한 모델을 50만원 주고 신품으로 사면 중고가 30~40만원 정도에 팔린다. 근데 듣보잡 브랜드의 듣보잡 모델을 50만원 주고 사면 심하게는 20만원에도 안 팔려서 반년을 기다려야 팔릴 수도 있다. 맨날맨날 판매글 갱신하는 거 생각보다 스트레스 심하다.

쇼핑몰에 가서 판매순/인기상품순으로 정렬을 해보면 가장 많이 팔리는 상품부터 뜰 것이다. 예전에는 특정 브랜드는 사지 마라 뭐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하기도 했는데, 요즘은 품질이 많이 상향평준화 되어서 판매 순위가 높은 기타들은 무엇을 사도 기본은 한다. 인기 많은 모델은 당근에 올려도 금방금방 팔린다. 예산에 맞춰서 마음에 드는 걸 골라보자.


3. 싼 거 사라.

소리보다는 경제적인 관점에서의 가이드라인이다. 비싼 기타는 감가상각이 크다. 퍼센티지로는 비슷비슷할 수 있는데, 절대적인 액수가 많이 차이난다. 같은 25%의 감가상각이라도 20만원짜리 사서 중고로 15만원에 팔면 5만원 손해지만 100만원짜리 사서 75만원에 팔면 25만원 손해다!

특히 일렉기타랑 베이스는 저렴한 제품들도 요새는 꽤 쓸만한 편이다. 통기타는 돈을 쓸수록 돈값을 하긴 하지만 그래도 처음부터 100만원 넘는 악기를 덜컥 지르는 건 비추다. 비싼 악기는 나중에 중고 거래 혼자 할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이 늘어난 다음에 사도 늦지 않다. 처음엔 싼 거 사서 돈을 아끼자.


4. 희귀한 모델 해외직구 하지 마라.

설마 초보자 중에 이 짓을 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긴 한데 노파심에 적는다.. 이거는 사실 숙련자들도 되게 고민 많이 하고 해야 하는 짓이다. 이유는 2번에서 적었다. 덜컥 잘못 사면 반려기타가 될 수도 있다.

해외에서 사는 것이니만큼 당연히 배송 오래 걸리고 환불도 어렵고 A/S도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잘못 사면 돈은 돈대로 쓰고 중고로도 못 파는 귀속템이 되어버릴 것이다. 조심하자.


5. 지인 찬스 열심히 써라.

내가 밴드를 10년 넘게 하면서 수많은 기타리스트를 만났는데, 장비 얘기 싫어하는 기타리스트는 한 명도 보지 못했다. 어느 정도 연차가 쌓인 기타리스트라면 장비 추천해달라고 했을 때 환영하면 환영했지 꺼리지는 않을 것임..

만약에 기타 추천해달라고 하거나 장비 관련해서 모르는 거 물어봤는데 떨떠름해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그 사람이 장비 얘기를 싫어하기 때문이 아니라 물어보는 사람의 태도가 마음에 안 들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사고 싶은 기타 바꿀 생각 없으면서 답정너 식으로 이 기타 좋냐고 물어보거나, 낙원상가 데려갔는데 밥을 안 먹인다거나, 중고 거래 대신 해줬는데 고맙다는 인사를 안 하거나. 뭐 이런 식의 개노답 짓만 하지 않는다면 당신 주변의 기타리스트들은 마치 자기 기타를 고르는 사람처럼 친절하게 장비를 추천해줄 것이다. 예의 바르게 적극적으로 물어보세요.. 해치치 않습니다..


6. 지인이 없다면 디시에서 검색하자.

 

요즘 들어 뜨고 있는 검색법인데, 구글에서 검색어 뒤에 '디시'를 붙여서 검색하면 바이럴 마케팅이 들어가지 않은 찐후기들을 볼 수 있다. 나는 최근 바커스라는 브랜드에서 나온 BTC-1R 텔레캐스터를 구매했는데, 구매할 때 'BTC-1R 디시' 식으로 검색해서 양질의 후기를 많이 얻을 수 있었다. 모델명 + 디시, 브랜드명 + 디시 식으로 검색하면 매우 유용하다.